일상의 삶속에서 곤고하고 누군가를 찾아가 밤새워 이야기꽃을 피우고 싶을 때 정동에 있던 CCC 회관의 현숙기도실에서 열리던 리트릿에 가곤 하였습니다.

중국 귀주성으로의 단기선교를 마치고 돌아와 보니 그간 직장내에서 일어나고 있던 답답한 현실들이 더욱더 힘든 상황으로 진행되고 있었고, 이에 기도하며 작금의 현상들을 긍정적으로 해석해 보려고도 했지만 위로가 되지 않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며칠을 우울하게 보내던 중 이참에 휴가를 겸해 형제들을 만나고 마음속의 말들을 좀 쏟아 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참으로 오랜만에 수련회가 열리는 원주로 하루 일찍 향했습니다.

울창한 숲 속에 자리한 숙소는 평소 산을 즐겨 찾는 우리부부에겐 그 자체로 큰 위로와 감사가 되었습니다. 황둔 읍내에 나가 찐빵 서너 개를 간식거리로 사들고 어둠이 내린 산책로로 아내와 손을 잡고 거닐며 하나님의 은혜에 대해 나누고 대화하며, 있는 것으로 족할 줄 아는 삶과 내일을 주님께 의탁하는 또 한 번의 믿음의 걸음을 내딛어보자고 서로 위로하였습니다. 맑은 공기 덕분에 상쾌한 기분으로 일찍 일어나 신명기 말씀으로 짧게 가족예배로 드리고 한반도지형 마을을 거쳐 뗏목체험을 마치고 수련회장으로 돌아온 후 영주에서 올라오신 김진철 간사님과 만나 그간의 안부와 고민들을 나누던 중 당면한 문제가 아닌 하나님께 시선을 맞추는 것이 우선되어야겠다는 위로 겸 조언을 듣고 나니 마음이 한결 시원해졌습니다. 연이어 장원기 간사님, 노제현 선배 등 왕년의 용사들을 만나 남자들의 수다를 즐겼고 이어 함께 찬양하는 시간에는 옆에 앉으신 김미옥 선배를 거의 25년 만에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주말 진료소와 구박받으며 약 봉투 싸던 얘기로 추억을 더듬어 보기도 했습니다. 조용조용한 장원기 간사님의 메시지, 그리고 후배들과의 사랑방 대화들을 통해 우리들은 모두 고마고만한 고민들을 안고 살아가지만 그리스도의 은혜를 누릴 수 있는 방법들을 알고 있으며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소망들이 우리를 붙드는 뿌리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날 다분히 위선적일 수 있는 종교적 거룩함과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영성에 대한 ‘이경준’ 목사님의 강의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난 조원민 원장은 여전히 씩씩했고 부족한 선배를 잘 받들어주어(?) 감사했습니다. 시간이 촉박하여 깊은 얘기는 나누지 못했지만 김동준, 장인순 부부와 훌쩍 커버린 ‘상아’, 참 사랑하고 함께 꿈을 이루어가고자 했던 동역자들 이었는데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이 밀려왔습니다. 일정상 먼저 내려오면서 우리부부가 젊음을 드렸던 아가페가 비록 무성한 가지와 열매로 큰 그늘을 드리우고 많은 이들의 쉼터요 목마름을 채워주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지만 여전히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 은혜를 사모하며 성령의 힘을 덧입고 다양한 현실의 삶속에서 복음을 전하는 그리스도의 제자들의 공동체요 우리 믿음의 뿌리이고 고향임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고 함께 나누었으며 이렇게 기도하였습니다.

주님, 하나님과 민족과 형제에의 3중 헌신과 의료를 통하여 복음을 세상 끝까지 전하자는 구호들을 아가페와 다운들과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부르신 사명을 다 이루기까지 충성을 다하는 제자의 삶을 힘차게 살아내도록 은혜를 더 하여 주십시오. 그리스도 예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졸업하고 17년이 지났는데 아가페 다운 수련회에는 처음 참석했다. 학생 때 나름 열심히 했던 아가페 모임이었지만 그 동안의 공백이 너무 컸나 보다. 더구나 이번에는 초등학교 4학년과 6학년인 두 아이들이 동행했으니 공백이 더 크게 느껴진다. 미국 장기연수로 작년 7월 말에 혼자 들어온 이후 1년 동안은 아이들과 떨어져 있어서, 귀국한지 2주 밖에 되지 않은 아이들과 같이 나들이도 하고 싶었는데 그런 가벼운 기분으로 아가페 수련회로 달려 왔다.
그 동안 병원에서 바쁘다는 이유로 여러 믿음의 모임에 제대로 참석하지 못했다. 그나마 교회에서의 교사 생활로, 가끔씩 가는 단기의료선교로 아주 기본적인 믿음 생활이 지켜지던 터였다.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서먹서먹하고 어색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마음은 편한 시간이었다. 집회 때마다 우리의 마음을 준비시켜주던 찬양 시간이 참 은혜로웠다. 여름 수련회 때의, 원단 금식수련회 때의, 그리고 우리만의 아가페 모임 때의 찬양 시간이 교차된다. 그리고 짧은 간증 순서와 여러 특강 및 말씀들, 모두 오랫동안 아가페 모임을 접하지 못했던 나에게는 다소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아! 아가페가 이런 분위기였지’하는 생각을 여러 번 했으니 말이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훌륭하게 준비된 이런 모임에 청중이 다소 부족한 느낌이다. 전체 다운 숫자의 비율로 따지자면 아주 소수가 이 곳을 찾은 것 같다. 몇 달 전 서울아산병원에 아가페 임원진들의 방문 예배가 있었고 이 때 아가페 수련회 소개 슬라이드를 보고 가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약속을 지키게 되어서 일단 다행이다. 역시 뭐니뭐니해도 확실한 동기부여가 중요한 것 같다.
짧은 수련회 기간이었지만 삶의 목표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크리스찬이라면 당연히 예수 그리스도이다. 그렇지만 보다 구체적인 삶의 목표는 많이 다를 수 있다. 나는 어떻게 보면 대부분의 시간을 수준 높은 진료와 연구 성과의 목표만을 향해서 부지런히 달려온 것 같다. 반대로 어떤 분들은 의업 외에도 직접적으로 믿음과 선교와 관련된 일을 향해 부지런히 달려온 것 같다. 우리에게 이런 헌신된 선후배들이 있어서 하나님께서 아가페를 사랑하신다는 생각이 강하게 느껴진다. 내가 해온 것은 이경준 목사님의 말씀대로 소위 세속적인 일을 해도 영적일 수 있다면 어떻게 보면 권장할만할 것인가? 나에게 반문해본다. 그리고 중심이 올바른 신앙인이 되겠다고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아본다. 수고하신 간사님들과 임원진들께 그리고 아가페 모든 선후배들께 감사 드리고 아빠가 어디 가자고 하면 아직도 잘 따라주는 아이들에게도 고맙다.

동덕아가페 11다운으로서 올해부터 다운순장의 삶을 살게 되었습 니다. 월요모임, 약사모임, 그리고 병원모임과 같이 다운순장에게 주어지는 모임의 기회들이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렇지만 스스로 다짐하고 기대했던 대로 열심히 살고 있지 않은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렇게 반년 쯤 지났을 때 간사님께서 제게 다운수련회 준비팀으로 섬겨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고, ‘이제 막 다운순장이 됐는데, 한 번도 다운수련회에 참석해 본 적이 없는데 내가 무슨 도움이 될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다운수련회에 참석하고 싶었기에, 내가 참석할 수련회를 위해 섬길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준비팀으로 여러 번 모임을 갖고 함께 기도하면서 수련회에 대한 기대와 앞으로의 다운순장으로서의 삶에 대한 기대가 조금씩 커졌습니다.

그렇게 참여한 다운수련회에서 저는 도서판매를 담당하게 됐습니다.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늘 그 자리를 지켜야한다는 것과 돈을 관리해야한다는 것이 조금은 부담이 됐습니다. 하지만 섬김의 자리에는 은혜가 있는 법. 책을 구입하시는 순장님들과 인사를 나누며 순장님들과 얼굴을 익히게 되었고, 수고했다며 간사님께 책을 선물로 받기도 했습니다.

나이와 직업을 막론하고 ‘아가페 다운순장’이라는 것 하나로 이렇게 모이기에 힘쓰고 함께 즐거워할 수 있다는 것이 참 놀랍고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보고 싶은 지체들을 만날 수 있고 다시금 내가 순장이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내년에도 기회가 된다면 다운수련회에 꼭 참석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자리에서 섬길 때 새롭게 주실 은혜를 기대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