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4일에는 김석준 선생님(서울대다운) 댁에서 포항아가페 다운 모임을 가졌었습니다. 20여분의 아가페 식구들이 모여 대게로 배불리 식사도 하고 수개월에서 수년간 포항에서의 삶을 예비하시고 인도하신 하나님의 은혜에 대해 나누며 서로의 형제됨을 확인하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2008년 전공의 삶을 시작하며 저와 저희 가정은 포항선린병원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선린병원은 아가페 많은 순장님들의 기도의 응답이었습니다. 신입생이 되어 아가페 모임에 연결이 되면서 많은 것들을 접하였지만 그 가운데서도 한 가지 기억에 남는 것은 아가페 비전 나이트입니다. 한 번씩 리트릿 시간에 특별히 시간을 내어 아가페 비전 나이트라 칭하며 10가지 아가페 공동체의 비전을 놓고 자정이 넘게까지 기도하던 것이 아직도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그 10가지 기도제목이 무엇인지는 지금에 와서 다 기억이 나진 않지만 그 중에 하나인 아가페 기지병원에 대한 기도와 한해, 두해 시간이 지나며 구체적인 일들이 이루어지는 것들, 선배 순장님들이 포항에서 선교기지병원을 하시게 되었더라는 소식들, 매번 울진 여름 진료가 마치면 선린병원을 들러서 병원에 대해 소개를 받고 하던 것들은 아직도 기억 속에 생생합니다.

그렇게 졸업을 하게 되고 진로를 정하게 되며 자연히 아가페 공동체의 기도의 응답이요, 선교기지병원을 추구하는 선린병원을 전공의 수련의 장소로 품게 되었고 이러한 생각을 교제하던 자매와 나누었을 때 자매는 흔쾌히 저의 생각에 함께해 주었습니다. 전공의 이후의 삶이 어디로 가게 될지, 어디로 부르실지 모르는 상황에서 10여년이 조금 못되게 살며 익숙하여졌던 서울을 떠나게 되는 것은 저희 가정에게 또 하나의 훈련이었습니다.

나름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아무런 연고 없는 외지에서의 삶이 마냥 쉬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전공의로 출근을 하고 당직을 하고 하다보면 어떻게어떻게 시간이 흘러갔지만 당시 임신초기이고 얼마 전까지 병원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던 자매에게 낯선 곳에서 남편은 당직으로 한번씩 집에 들어오지도 못하는 상황은 마냥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자기도 모르게 우울해지기도 하고 눈물도 나곤하고 했다합니다. 하지만 전공의 아내 기도모임이나 교회, 병원의 모임 등을 통해 한 두 명들 알아가고 사귀게 되며 그런 모임들이 지지가 되고 공동체가 되어 낯선 곳에서의 삶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지금은 매주 꾸준히 전공의 아내 기도모임을 이어가며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고 모임을 주도적으로 준비하며 남편들과 병원을 기도로 잘 돕고 있습니다. 또한 저희 부부도 포항 기쁨의 교회에 잘 정착하여 순모임(구역모임)도 함께 하며 귀한 교제를 이어가고 있고 유아부 교사로 봉사하며 오히려 주일이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집사직분도 받게 될 예정입니다. 병원에서의 생활에서도 전 내과 스탭 선생님들과 의국원들이 기독교인으로 이루어져 있어 성경공부나 기도모임도 하며 함께 비전을 공유하고 단지 내과수련적인 측면만 아니라 전인치유와 선교지향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함께 익혀가고 있습니다. 때로는 너무 핍박없이 전공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현실이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라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측면도 있을 정도입니다.

지난 8월에는 병원의 의료선교지 파송 프로그램에 따라 한 달간 몽골 연세친선병원으로 가족과 함께 단기선교를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그 기간 동안 함께 병원에서 파송된 단기팀과 1주일여 활동을 같이 하였고 이후에는 연세친선병원 및 무료진료소에서 진료를 하며 현지인들을 좀더 가까이 대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한달 간의 시간이었던만큼 다른 사역지나 몽골의 의과대학, 병원들을 둘러보며 선교지의 여러 상황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좀더 친밀하게 현지에서 사역하시는 선교사님들과 교제하고 직접 그 분들의 간증과 삶들을 듣고 보며 선교사로서의 삶이 어떠한지에 대해, 선교지에서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기도하여주셨던 대로 그 기회를 통해 저희 가정이 더욱더 하나님께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고 구체적으로 가정예배를 시작할 수 있는 기회도 되었습니다.

서울을 떠나 포항에 오게 되며 아브라함의 본토 친척 아비집을 떠남을 염두에 두게 하셨습니다. 한편으론 남들과는 다소 다른 선택을 하게 된 것에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단지 물리적인 떠남이 전부인양 착각하며 처음 포항으로 올 때의 생각과 다르게 간절함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던 저의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떠남 이전 다른 신들을 섬기던 아브라함을 하나님만 섬기게 하기 위해 택하여 불러주셨던 것처럼 저희 가정에도 하나님만 바라보고 섬기도록 포항으로 이끄시고 삶을 인도하고 계심을 다시 한번 상기하여 봅니다. 아직은 여러 가지로 부족하고 어리석은 모습이지만 이 4년의 포항에서의 삶을 통해 우리 가정을 더욱 아름답게 빚어가실 하나님을 기대합니다. 4년의 기간이 마치고 난후 또 어디로 이끄실지 또 어떤 삶을 예비하실진 모르지만 하나님께 우리 가정의 길을 맡기고 기쁨으로 나아갈 수 있길 소망합니다.

내년 3월이면 하나님의 선물인 둘째가 태어나게 됩니다. 남은 임신 기간도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건강히 보낼 수 있도록 기도하여 주시고 저희 부부 그리고 27개월된 예나, 이렇게 3식구가 포항에서 기쁨으로 잘 살아가도록 기도하여 주십시요.

함께 했던 많은 순장님들이 문득문득 보고 싶어집니다. 포항에도 많이 놀러오세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