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생각해봅니다.

‘아가페’는 나에게 무엇과 같은지... 흡사 눈높이에 잘 맞는 ‘창문’과 같고, 쓰기 편안한 ‘안경’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창문’을 통해 하나님을 보다 쉽게 바라볼 수 있고 그 분과 대화하고 교제를 나눌 수 있으니까요. 그 ‘안경’을 통해 희미한 시력을 회복하고 그 분을 좀 더 똑똑히 바라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멀리 할 수 없고 늘 가까이에 두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고등학생 시절, 3살 터울의 형(성균관대 CCC 나사렛)의 소개로 ‘CCC 아가페’를 알게 되었고, 예과 1학년 때 아가페의 개척 캠퍼스였던 경희대에서 단 1명의 순장님(박재윤, 한의대 95학번)과 2분의 협동 간사님(황기영 간사님, 이상철 간사님)과 함께 시작된 ‘아가페’와의 인연은 이제 16년 째가 되었습니다. 잠깐 돌아봐도 참 많은 기억들이 있습니다. 너무 많아 요약할 자신이 없네요. 소중한 사람들을 만났고, 하나님을 배우고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귀한 시간들이었습니다. 또 제 아내를 만났습니다. 부족하지만 아가페 형제의 희소성으로 인하여 리더쉽을 훈련받을 귀한 기회들도 주어졌었습니다. 다시 생각해도 참 귀한 ‘창문’이고 ‘안경’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빚진 마음이 마음 깊숙이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연약하고 스스로 깨지 못한 껍질 속에서 허덕이고 있는 제 자신을 바라봅니다. 한 여자의 남편이 되고 세 아이의 아빠가 되고 나니 그 연약함과 부족함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그렇게 조금씩 고개가 숙여져갈 무렵 또 한번 초청장이 저에게 전달되었습니다. 보다 잘 세워지고 준비된 자에게 가야할 초청장이 저에게 배달되었습니다. 저는 그 초청장을 뻔뻔하게도 다시 받아들고 그 초청에 응합니다. 여전히 남아 있는 ‘아가페’를 향한 ‘애정’과 ‘책임감’이 밑불이 되어 사그러져가는 제 영혼의 불씨를 다시 일으킬 것에 대한 기대를 걸어봅니다. 그리고 저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많은 다운 선생님들께도 ‘아가페’가 좋은 ‘창문’과 ‘안경’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하고 섬기려고 합니다.

저는 ‘참숯 바비큐’를 참 좋아합니다. 바비큐 고기도 맛있지만 사실 ‘참숯’이 참 좋습니다. 발갛게 불을 품고 있는 참숯을 바라보면 존경심마저 듭니다. 생나무를 태우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불이 붙으면 활활 타오르지만 오래가지 못해 재가 되어버립니다. 하지만 잘 만들어진 참숯은 필요할 때 언제든 금새 불을 당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은은하게 오래 그 불을 간직한 채 겉만 태우는 것이 아니라 두터운 고기의 깊은 곳까지 맛나게 익혀줍니다. 비록 지금 차갑게 식어져 있을지라도, 학생 시절 아가페에서의 동역과 훈련이 우리를 잘 구워진 ‘참숯’이 되게 하였을 것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곳에서 금새 불이 붙고, 그 불로 세상을 내면 깊은 곳부터 변화시키는 진정한 능력이 있는 ‘참숯’과 같은 ‘아가페’와 ‘다운’들의 삶이 되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