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둔 젊은 그리스도인에게 ~ > 아가페 나눔터2020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아가페 나눔터 > 소식과 나눔 > 아가페 나눔터

대선을 앞둔 젊은 그리스도인에게 ~

배상필 2007-12-03 (월) 09:10 18년전 5103  

QT zine 이라는 잡지에 실린 글입니다.

토론토 대학 신학부에 재학중인 박총이라는 분이 대선을 앞둔 젊은 그리스도인에게 쓴

칼럼입니다.

많은 복음주의 그리스도인들이 정치에 무관심한 경우가 있는데

대선을 앞두고 한번 읽어보면 좋을 만한 글이네요.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그것도 아니면 차악이라도 선택하라!'

꼭 투표하시기 바랍니다 ^^

'정치적이지 않은' 죄

대통령 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큐티진 독자들은 누구를 찍을지 마음에 정하셨는지.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해 있는 요즘 이런 질문에 짜증부터 내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는데 원고 주제를 괜히 대선으로 잡은 건 아닌지 모르겠다. 아닌 게 아니라 지지율 조사를 위한 리서치 회사의 전화를 받은 국민들 대부분이 응답하기 싫다며 전화를 끊어 버리고 오직 10% 정도만 지지 후보를 밝힌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50%를 상회하는 지지율로 독주를 하고 있지만, 부동의 1위라는 지지율도 실상은 국민 심중의 10%만 반영된 허수(虛數)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나름 설득력이 있다고 하겠다.

주변의 그리스도인들, 특히 젊은 그리스도인들 역시 정치에 대해서는 너무나 무식하고 무관심하다. 별 시답잖은 연예인 소식이나 스포츠 경기 결과는 깍듯이 챙기고 명품 할인 소식이나 맛집 정보에는 눈빛이 달라지면서, 정치라면 노골적으로 따분하다는 표정을 짓는 친구들을 보면 솔직히 화가 난다. 물론 이들도 사회정치적인 이슈에 관심을 가질 때가 있지만 그것은 대개 흥미로운 사건이거나 당장 자신의 이해가 관련된 문제일 때뿐이다. 닐 포스만이 『죽도록 즐기기』(Amusing Ourselves to Death)에서 꼬집은 것처럼 오늘날엔 교육이든 정치든 종교든 무조건 재미있어야 하고 즐길만한 '거리'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한미 FTA가 부익부빈익빈을 심화시켜 서민들의 생계가 IMF 때보다 더 어려울지 모른다고 해도 심드렁한 얼굴을 하고 있다가―자신들은 비정규직이나 저소득층은 절대 아닐 거라는 확신 때문인가?―자기 밥상 위에 올라올 미국산 쇠고기의 뼛조각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하면 그제야 심각한 표정을 짓는 이 사람들이 정말 거듭난 그리스도인인지 의심스럽다.

다른 사람은 어찌하든 그리스도인들이 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죄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마땅히 '정치적인, 너무나 정치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정치는 권력과 부가 창출되고 분배되는 구조와 체제를 결정짓고, 그에 따라 사회구성원들의 삶의 질을 결정하기 때문에, 정치에 적극적이지 않는 이상 주님이 말씀하신 이웃사랑과 구약에서 하나님이 입만 열면 말하는 정의를 강물처럼 흐르게 할 수 없다. 더구나 많은 학자들이 지적하듯 오늘날 우리는 일상의 정치학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의료보험료 인상, 내신 성적의 대입 반영비율, 아파트 가격, 성차별에 이르기까지 정치와 관련되지 않은 문제는 없다. 그러므로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이 땅에 실현함으로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회복해야 할 그리스도인이라면 지독할 정도로 정치적이어야 한다. 그런데도 입만 열면 이웃 사랑을 말하는 분들이 정치적 사안에 관심을 갖지 않고 어떻게 이웃을 사랑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열심히 전도하고 불우 이웃 성금이나 좀 내면 이웃사랑을 다하는 것인가?



누구를 뽑아야 하는가

하나님 나라의 가치인 정의와 인애와 평화를 이룰 사람을 뽑아야 한다. 나와 내가 속한 집단의 이익을 제대로 챙겨줄 사람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위하는 사람, 남북갈등·동서갈등·계급갈등을 치유하고 화평을 가져올 사람이어야 한다. 하지만 손봉호 교수가 지적하듯 정의를 행할 강력한 의지는 있지만 그것을 정책에 반영하고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착한 시민이 될 수는 있을지언정 대통령의 자격은 없다. 그러므로 실제로 저소득층, 농민, 도시빈민, 여성, 장애인 및 생태계의 눈물을 닦아주고 온 국민이 일한 만큼 정직하게 벌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실질적인 정책을 내놓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간과 수고를 들여 누구의 정책이 더 나은지 '공부'해야 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수고도 없이 입바른 소리로 “다 그놈이 그놈이지∼” 하면 어떻게 이 땅에 그리스도의 계절이 오겠는가. 그러면서도 예배 시간에는 잘도 “이 땅 고쳐주소서♬”를 노래하더라. 최선이 없다면 차선이라도 찍어라. 차선조차 없다면 차악이라도 찍어라.

이번 대선에 개신교인 대통령 후보가 나와서 지지여부를 고려해본 사람이 적지 않을 줄 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장로 대통령은 잊어버려라! 물론 예수 믿는 사람이 위에서 언급한 아름다운 정책을 실현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 개신교회는 뿌리 깊은 이원론으로 인해 교회 밖에서, 특히 온갖 음모술수가 가득한 정치판에서 올곧게 기독교적 가치를 구현할 만큼 성숙한 사람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미 이승만과 김영삼 두 전직 대통령을 겪으면서 값비싼 대가를 치른 우리건만 아직도 장로를 청와대로 보내자는 목회자들이 수두룩하다. 이명박 씨의 정책이 다른 후보들에 비해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더 잘 구현해줄 수 있어서 뽑자고 하면 모르지만, 교회 장로니까 뽑아주자는 것은 망국적인 정경유착에 이은 정종유착(政宗癒着)의 행위이며, 그렇지 않아도 남북과 동서의 골이 깊은 우리나라에 종교 갈등까지 야기하는 무식하고 무책임한 행동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이것은 나만의 의견이 아닌 기윤실을 비롯한 교계의 양식 있는 단체와 교계 지성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나의 신앙적 양심으로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순수하게 신앙적이고 성경적인 관점이란 없다. 구약시대의 왕과 제사장과 선지자들이 각각 자신이 처한 출신성분과 출신지역의 입장에서 여호와의 말씀을 이해, 실행, 선포했고 그래서 때론 서로 대립하기도 했던 것처럼, 오늘날 우리들도 '자신의 신앙적 양심'과 '자신의 기독교적 입장'에 따라 사회를 향한 하나님의 뜻을 가늠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독교의 정치 참여가 활발한 서구사회를 보면, 반핵반전, 노동자 지지, 세금 증가를 통한 복지 확대 등의 입장을 고수하는 반면 보수적인 기독교 정치인들은 핵무장 지지, 자본가 지지, 노동운동 반대, 세금 삭감 및 복지 감소를 주장한다. 양쪽의 입장이 다 성서적 근거가 있는데 누가 상대를 반성경적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거듭난 그리스도인이라고 해도 개인적 성향과 이념(보수적이냐 진보적이냐), 살아온 경험과 환경(공산주의에게 당했느냐, 아니면 독재, 미군, 재벌에게 당했느냐), 본인이 속한 출신지(경상도냐 전라도냐), 거주지(농민이냐 도시민이냐), 계층(상류층이냐 저소득층이냐)에 따라 정치색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개인의 정치적 신념을 기독교적이니 성경적이니 하는 말로 미화시켜 성도들에게 주입하는 목회자들은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우리는 폴 리쾨르가 '그리스도인이기 때문에 사회주의자이다'라고 말하면서―그가 말하는 유럽식 사민주의를 최악의 독재이자 파시즘에 불과한 북한식 사회주의와 혼동하지 말라―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하나님의 뜻으로 미화하지 않은 겸손함을 배워야 한다.


보수와 진보의 조화로운 역동성

그리스도인들은 보수적일 수도 있고, 개혁적일 수도 있고, 혁명적일 수도 있다. 하나님부터가 보수적, 개혁적, 혁명적 속성을 다 갖고 계시고 실제로 이 세상에 보수파, 개혁파, 혁명파를 고루 허락하셨다. 알다시피 보수가 득세하고 진보가 미약하면 사회가 고인 물처럼 변화 없이 썩어 들어간다. 반면 급진파가 다수가 되어 보수를 억누르면 사회가 불안하고 안정적이지 못하다. 그러므로 양자 간의 역동적인 균형과 조화가 중요하다.

교회개혁실천연대의 박득훈 목사의 지적대로 한국에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진보 정치가 정착할 수 없었다. 리영희 선생이 말한 분단모순(남북분단의 문제)으로 인해 정부를 비판해도 빨갱이, 북한과 대화하자고 해도 빨갱이, 노동운동을 한다고 해도 빨갱이로 낙인찍혔다. 그 결과 많은 이들이 김대중과 노무현 정권을 진보로 규정하는데, 이들은 사실 중도개혁주의자들에 불과하다. 다만 우리가 너무나 오랫동안 극우적인 사회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약간의 좌파적 성향에조차 겁을 먹는 것이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우리 정치구도가 영남 대 호남의 지역구도가 아닌 보수 대 진보의 건강한 대결구도로 바뀌려면 민주노동당과 같은 진보정당, 문국현과 같은 진보 성향의 후보가 더 많은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한나라당은 전두환 시절의 민정당과 같은 극우적 이미지를 고수할 것이 아니라 원희룡 의원처럼 찬성하진 않아도 존중은 하게 되는 합리적인 보수로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한 가지 덧붙이자면, 신앙적인 보수가 정치적인 보수를 의미하지는 않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런데 현실을 보면 보수교회는 기득권층을 대변한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보수 일색이고, 정치적 다양성을 인정하는 대신 진보적인 정치관을 가진 형제자매를 정죄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실정에서 김회권 목사처럼 복음주의 신앙을 고백하면서도 사회정치적으로는 급진적인 그리스도인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복음주의자이면서도 미국의 이라크 침략에 반대하여 인간방패로 간 후배 유은하나 선배 임영신과 같은 평화운동가들도 나오고, 청어람의 양희송 형처럼 복음주의자가 반미주의자일 수 있다는 사람도 나오고, 복음주의 신학의 거성 존 스토트처럼 양심적 병역 거부를 하는 이도 나왔으면 좋겠다.
다가오는 12월 19일, 우리 개개인의 정치적 선택이 이 땅을 향한 하나님의 섭리라는 퍼즐의 한 조각으로 아름답게 사용되기를….


서울시 종로구 백석동1가길 2-8 한국대학생선교회 C동 아가페의료봉사단 [03020]
전화 : 02-397-6325-6    팩스 : 02-394-0346
Copyright © CCC Agap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