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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생색내기 봉사자는 사절합니다`

김일수 2003-06-02 (월) 17:47 22년전 6122  
[이라크] 유은하팀원의 편지 작성자: 지원연대
2003-05-28 12:53:41, Hit : 47, Vote : 3



오랜만입니다.

카라데 스트리트에 있는, 위성전화를 이용한 인터넷 카페 하나가 영업을 시작한 것을 발견했지만, 이용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하루에 오직 5시간(오전 10시-3시)만 영업할 뿐 아니라, 컴퓨터도 5대밖에 없고,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많고, 가끔은 이유없이 문을 닫기도 해서, 몇 번 찾아와야 한 번 제대로 이용할까 말까랍니다. 지금도 대기실에 앉아 기다리면서 편지를 씁니다. 영업시간이 한 시간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 과연 오늘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을까요?

Thuraya라는 위성전화를 구입했지만, 1분 당 전화비가 1달러가 넘기 때문에(선불카드 사용) 게다가 데이터 용으로 쓰기에는 속도가 날지도 의문입니다.(1시간이면 무려 70불 가까이 지불해야는 거지요) 그래도 한번 위성전화용 모뎀과 케이블을 알아보려 합니다. 가능한 방법 등은 알아봐야지요.

요즘은 사람들 만나는 게 일종의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길 거리에서 미군 마주치는 거나(오늘은 Dar Al hanan에 근무했는데, Al Nur에 다녀온 쌀람이 전한 이야기는, 오늘 미군이 Al Nur를 청소하러 왔다는 군요. 아는 사람들은 다 알죠. 기자들 잔뜩 끌고 와서 ‘미군도 뭔가 좋은 일을 한다’는 걸 과시하러 오는 거라는 걸요. 첨에는 화가 나다가 “그래요? 몇 명이나 일하러 왔는데요? 그 사람들이 청소하면 제가 월급 드리죠” 하고 농담을 했습니다.

자칭 구호단체 및 NGO라는 사람들(한국이든 외국이든)이 한다는 일이 얼마나 이라크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많이 만나고 이야기를 나눌수록 정신건강에 더 해로운 것 같습니다. 이유는 상상이 가시리라 생각합니다. 요즘에는 어떻게 하면 혼자 지내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까 고민 중입니다. 전쟁 전부터 예상했지만, 이건 좀 너무한다 싶네요.

건강이 별로 좋지 못합니다. 5월로 들어서면서 날이 많이 더워졌고, 전기는 하루에 겨우 몇 시간씩 들어올 뿐이라(전기가 들어오는 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주고 싶을 때 주는가 봅니다) 밤에 전기가 안 들어오는 날은 한숨도 자지 못하고, 가끔씩 깨어 물을 몸에 끼얹고 좀 앉아 있다가 다시 잠을 청하는 식의 반복입니다. 선풍기가 있지만, 나오는 건 더운 바람뿐이죠. 물도 나왔다 안 나왔다 하죠. 한낮의 더위는 40도 가까이 되는 듯, 그 시간에 돌아다닌다는 건 너무 힘든 일입니다.

냉장고 등이 잘 작동하지 않으므로, 물과 식량 등을 신선하게 유지할 수가 없고, 아이들을 비롯한 사람들이 배탈, 식중독 등의 질환을 많이 앓는 것 같습니다. 저도 며칠째 배탈 설사로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거기에 난생 처음으로 아침엔 코피를 터뜨렸습니다. 피곤하긴 한가 봅니다. 하루 종일 너무 많은 사람들과 만나야 하고 일을 처리해야 하므로 맑은 정신으로 깨어있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혼자 정리하고 기도하며 마음을 준비하고 계획하는 것이 필요한데, 집에 돌아오면 또 우리집 꼬마들하고 놀아줘야 합니다^^;; 때로는 옆집 꼬마들까지 제 방에 놀러 와서 놀아달라고, 사진 찍어달라고 조릅니다. 그 자체로는 즐거운 일인데 지금 제 상태로는, 늘 웃고 지내기 힘들다고 봅니다. 점점 제 자신의 바닥을 내보이고 있습니다.

화내지 말아야 하는데, 각 단체들(특히 한국에서 온)이 ‘자신들의 계획’을 가지고 이라크에 접근하는 것을 보면, 슬픔을 넘어서 화가 납니다. 이라크의 필요가 뭔지를 보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단체의 성과를 낼까, 어떻게 하면 한 장면이라도 더 찍어서 한국에 가서 펀드를 모을까, 어떻게 하면 여기 있는 장애 고아원 시설들을 자신들의 것으로 인수하거나 따로 지을까 하며 제게 정보를 요구하거나, 일종의 끈으로 이용하려는 의도를 비출 때마다, 그리고 아무런 양해 없이 카메라 들고 들어닥쳐서 찍어놓고, 막무가내로 인터뷰를 해달라고 요구할 때마다, 제가 해명이나 사과를 요구하면 ‘그게 내 스타일이야’는 식으로 반응하는 언론을 보면 정말 다 집어치우고 어디론가 가고 싶습니다. 게다가 그게 기독언론이라면 더더욱 말입니다.

또한 ‘네가 지금까지는 반전평화팀과 일했지만, 너는 크리스천이니까, 이제부터는 기독교팀과 일해라. 반전평화팀은 정부로부터 받는 돈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데, 그건 옳지 못한 생각이지. 여기 있는 NGO들은 정부 돈을 받지 않는 데가 하나도 없지. 정부 돈을 많이 뜯어내서 여기에 큰 센터를 짓고 상주하는 직원을 배치할거야. 네가 한국에 들어가게 되면 꼭 내게 방문하렴’ 하며 저를 회유하는, 정말 유명한 한 목사님의 이야기도 저를 너무나 슬프게 만듭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저는 기독인이 중요하지 않고, ‘어떤 기독인인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라크를 위해서 일을 하고, 어린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돈인가, 어떻게 일하는가는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게 누구 돈이든, 어떤 돈이든, 무슨 수를 쓰든 이라크에서 일을 하기만 하면 된다고 보는 사람들과 단체들의 생각들 때문에, 이 땅은 더욱 멍들고 있습니다. 제발 저를 더 실망시키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건 부탁입니다.

소위 이곳에서의 자원봉사를 하시겠다는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생색내기, 와서 건물에 단체 스티커 붙이기 식의 활동을 하려면 제발 오지 마십시오. 그게 이라크를 정말 돕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하루 종일, 적어도 2주일 이상의 시간의 시간들을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목욕 시키고, 밥을 먹이고, 상처난 몸에 약을 발라주고, 놀아주고, 안아주고, 말 상대가 되어주고, 직원들과 함께 교제하고, 정말 겸손하게 섬길 사람이 아니라면 오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또 하나, 제발 단체의 이름 걸고 경쟁적으로 오지 마십시오. 모르겠습니다. 다른 데 가는 건 제가 뭐라 할 수 없겠는데, 적어도 Dar Al Hanan과 Al Nur 및 어제 방문한 Al Najat 고아원 등 장애 고아원 시설에, ‘이번 팀은 무슨 교회팀, 이번 팀은 어디 팀’ 이런 식으로 자기 단체나 교회 이름 드러내지 마십시오. 권해 드리고 싶은 것은, 정말 자원하는 분들이 여러 곳에서 모여서 적어도 2주 이상의 교육 및 합숙 훈련 등을 거쳐서(KAC에서 평화 훈련 등을 받는 게 아주 좋겠지요), 아름다운 한 팀을 이뤄서 오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와서 아무 말 없이 그저 섬기고 사랑하고 같이 지내면서 기독인으로서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낫지, 지금 한국에서 오는 식으로 자원봉사가 진행된다면, 한국인에 대한, 기독인에 대한 인상은 나빠질 것이 분명합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에 필요한 상황들을 계속 보고하겠습니다만, 이번 일은 쉽게 할 일이 절대 아니라는 것, 그냥 단기선교 가듯이 하면 더 상황이 안 좋아질 뿐이라는 걸 명심해 주셨음 좋겠습니다.

제가 좀 과격하게 말씀드려도 용서해 주십시오. 만일 위의 상황들이 안 지켜진다고 생각할시, 저는 기독인뿐 아니라 어떤 자원봉사자도 제가 있는 곳에서는 받지 않겠습니다. 안 오느니만 못하다고 봅니다. 그런 사람들과 같이 있느니, 저도 그냥 철수하는 게 낫다고 봅니다. 이라크는 아프가니스탄이 아닙니다. 이라크는 거지 나라가 아닙니다. 그들은 스스로 나라를 복구할 수 있는 의욕과 힘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의욕을 불러일으키고 그들을 도와서 ‘함께’ 그러나 그들이 전면에 나서서 일하게 돕는 것이지, 외국인 단체들이 돈을 앞세워 우르르 몰려들어와서 그들의 일을 빼앗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정말 끔찍한 일이고, 이라크를 정말 식민지로 만들어 버리는 일입니다. 따라서 지금 해야 할 것은 현지인 동역자들을 찾아내고 그들로 일하게 동기부여 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스스로 운동하게 해야 합니다. 외국인들이 떠나도 이라크는 이라크여야 합니다.

얼마 전 한국분들을 만났을 때 그분들끼리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라크 전이 났을 때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뭐라고 했는지 알아? ‘아프가니스탄을 잊지 마세요. 아프가니스탄은 아직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라고 했어” “그러게 도와준다고 할 때 순순히 들을 것이지 튕기긴 뭘 튕겨? 좀더 당해봐야 해.”
제가 이 대화를 듣고 얼마나 놀랬는지 아십니까? 좀더 당해봐야 한다뇨… 이라크에도 그런 식으로 일하실 작정이십니까? “미국한테 덤벼서 이 꼴을 당한 거야. 우리가 너네를 도와주는 거니까, 고분고분해지라구. 안 그러면 안 도와준다?” 이게 정말 도와주는 겁니까? 전쟁에 동의하고 협조한 것만으로도 정말 부끄러워하며, 이라크 사람들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하면서 다녀도 시원찮을 판에. 도대체 우리는 뭘 하고 있는 겁니까?!

흥분해서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제가 좀 쉬어야 하나 봅니다. 제가 진정하도록 기도해주세요. 다음에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도제목입니다.

1. 밀려드는 업무 가운데 기쁨과 여유, 친절한 마음을 잃지 않돌고
2. Dar Al Hanan의 운영 정상화와 Al Nur의 시설 복구과정에 필요한 것들을 파악하는 지혜를 주시고, 적절한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소서.
3. 한국의 수많은 후원자들과 동일한 비전과 마음을 나누며 그 열매를 주께 드리게 하소서. 일을 하는 동안 종이누리는 기쁨으로 충만하게 하소서.
4. 이 모든 일을 마무리한 이후에도 제 자신이 무익한 종임을 고백하며, 한 순간도 주 앞에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게 하소서.
5. 몸과 마음, 영적 건강을 지켜 주소서.
6. 한국에서의 모든 후원 관리 업무를 감당하고 있는 기영 형제와 KAC, 다른 모든 분들에게 동일한 격려와 충만함이 있게 하소서.
7. Dar Al Hanan 및 Al Nur 학교의 회복을 통해 이라크 장애 아동복지시설운영의 모델이 세워지게 하소서.
8. 필요한 경우 민영화를 추진하거나, 관련 부처 정부관계자를 만나야 할 경우, 의논해야 할 점들을 잘 준비하게 하소서.
9. 한국에서 단기사역팀을 조직하는 일에 주께서 개입하여 주소서.
10. 지금 이라크에 들어와 사역하는 구호단체 및 NGO 들이 단체들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하나님을 경외하고 이라크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일하게 하시며 적절한 협력관계가 생기게 하소서. 이를 통해 이땅 사람들이 위로와 격려를 얻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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