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지진 소식 입니다 - 양주혁 선교사 2
지진이 난지 한 달이 조금 넘었습니다.
제가 사는 지역(카라치)에서 그곳에 도착하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소요되는 먼 곳입니다. 비행기로 두 시간, 차로 세 시간을 가야 인접한 도시에 도착할 수 있었고, 거기의 여관에 묵으면서 가까운 곳은 자동차로 편도 두 시간 반, 먼 곳은 편도 7시간의 긴 거리를 매일 오갔습니다. 그나마 저희가 접근할 수 있었던 곳은 구호물자도 어느정도 보급이 되었고 이동진료 캠프도 설치할 수 있는 곳이었지만 문제는 산사태로 도로가 끊긴 더 깊숙한 산간 마을들입니다. 백두산보다 더 높은 아름다웠던 그곳에는 약 5천개의 마을들이 흩어져 있다고 하는데 적게는 수 십 가구, 많게는 수 만 가구가 모여 살았던 곳입니다. 지금은 그 아름답던 마을들이 죽음의 마을들로 변해 버렸습니다. 헬리콥터만이 유일한 접근 방법인 그런 곳에는 재난 구호는 고사하고 아직 그 정확한 피해규모 조차 파악이 안 된 곳이 허다합니다. 정부 통계로는 11월 5일 현재 8만 7천명이 목숨을 잃었고 2-3백만의 사람들이 집을 잃었다고 합니다. 고지대 산등성이에는 벌써 눈이 내리기 시작하였고 지난주에는 벌써 5명의 아이들이 얼어 죽었다는 뉴스를 접하였는데 수 백만의 지진 피해자들에게 올겨울 얼마나 더 큰 재난이 기다리고 있을지 상상하는 것조차 쉽지를 않습니다. 무엇보다 텐트의 공급이 시급합니다. 아직까지 절반도 채 보급이 안되었다고 하니 나머지는 무너진 건물더미 옆에서 추위에 떨며 잠을 청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통역을 도왔던 한국 의사들의 이동 진료소에는 연일 수백명의 환자들이 줄을 잇고 있었습니다. 매일 같이 저녁이 되어 줄 서있는 환자들을 무정하게 되돌려보내며 둘러대는 핑계라는 것은 그들의 처지 앞에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주로 진료한 환자들은 처음 한 두 주는 주로 외상환자와 골절환자들이었는데 이제는 그 양상이 바뀌어 추위에 떨다 지친 감기, 몸살, 고열, 기관지염에 시달리는 환자들이 대다수입니다. 또한 아직까지도 상처가 곪아 썩어들어가는 심각한 외상 환자들은 계속되고 있습니다.며칠길을 걸어 내려와 이제야 처음 치료를 받게 되었다는 환자들을 접할 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지곤 하였습니다. 불결한 위생시설로 피부병을 앓는 이들과 부인과 질환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많아졌습니다. 삶의 의욕을 잃고 무서워 떠는 정신과 질환 환자들에게는 뾰족한 약도 제대로 처방해줄 수 없었습니다. 또한 옴에 걸린 환자가 급속도로 번지고 있어 매일 10여 가정의 사람들이 집단으로 찾아오는 실정입니다. 매일 같이 모든 식구가 온 몸에 약을 발라야 하고 모든 옷과 침구를 빨아 햇볕에 말려야 된다고 하는데… 불가능한 그들의 현실을 보며 그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이루 다 표현할 수 없는 이들의 어려움과 아픔을 보며 어찌할바 모르고 그저 함께 울며 마음 아파하다 그렇게 내려오고 말았습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제부터가 저희 믿는 사람들이 더 애써야 할 때인듯 싶습니다. 이곳 파키스탄 한인 선교사회에서는 그 지역들을 돕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가능한 방법을 찾아 집단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정착촌을 건설해주기로 마음을 모았습니다. 그들의 생사를 좌우할 수 있는 긴급한 그 일 위에 하나님의 인도, 섭리하심이 있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또한 지금까지 복음이 접근할 수 없었던 그 지역에 복음의 진보가 있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도록 함께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제 홈페이지 http://yang.openhow.co.kr 에 가시면 제가 찍은 사진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럼 또 소식 드리겠습니다. 양주혁 드림 |